2025/02 2

꽃을 좋아한다

언젠가, 그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." 좋아하는 선물이 뭐야? " 의도가 빤히 보이는 질문, 혹은 잠시의 공백을 채우려 한 질문. 어느 순간부터 나는 이 질문에 꽃을 좋아한다고 답했다.  사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. 다 말라버리고 나면 향기도 취향이 아니고,처리하기도 관리하기도 힘들고,선물 받은 이후로 내내 들고 다녀야 해서 힘들다.  근데 한 번 누군가를 위해 꽃을 사본 적이 있는데, 그 사람이 좋아하는 색을 고민하고 포장을 기다리는 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. 받으면 좋아할까, 어떤 미소를 지을까, 좋아해주면 좋겠다, 는 생각들. 진짜 좋아했다. 아이처럼 환하게 웃던 그 사람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.같이 지하철을 타고 갈 때도, 거리를 걸어갈 때도 중간중간 꽃을 바라보던 그 사람이 예뻤다.좋아하는 것..

조잘조잘 2025.02.22

지겹도록 찬란한 어느 날

그런 날 있지 않아?그냥 유달리 아무 날도 아닌 것 같은데 툭 치면 울어버리게 되는 날.오늘이 그 날이더라.  그런 날에는 헤드셋을 쓰고, 플레이리스트를 틀고, 귀가 터져라 볼륨을 올린다. 그리고 메모장이든, 노트든, 혹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서 가만히 생각한다.  나도 왜 우는 지 알고싶은데, 그 원천을 없애버리고 싶은데, 왜인지 도저히 모르겠다. 아무리 머리를 굴리고, 고민하고, 울어봐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.  나는 이런 내가 참 싫다. 한 번 밝으면 참 밝은데, 한 번 우울하면 끝도 없이 아래로 빠져든다. 나는 그런 우울의 파도를 맞게 될 때면 그저 가만히 있는다.감정을 스스로 직시하는 것이 때로는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.  보통 이런 울음은 저녁 즈음에 터지곤 한다. 어릴 때는 학원 끝나고 길을 ..

조잘조잘 2025.02.08