붕어빵의 밀가루와 슈크림의 달큼하고도 무언가의 냄새,
아마도 산타의 수염에서 나는 듯한 털 향기,
사람들이 움직이며 나는 패딩이 쓸리는 소리와
종소리가 듬뿍 들어간, 흔하디 흔한 사랑 얘기가 담긴 캐럴들이 들려오는 이 겨울의 거리가,
나는 참 좋다.
겨울에는 그런 거리를 가만히 있어도, 걷고 있어도 누군가가 꼭 생각난다.
지금 듣고 있는 노래를 같이 듣고싶다거나,
저기 지나가는 사람이 너를 닮았다거나,
혹은 그냥 네가 보고싶었을 수도 있겠다.
그럴 때는 네게 전해지지 않을 편지를 속으로 되뇌어 본다.
이제는 절대 보낼 수 없는 그런 말들.
사랑해, 라거나
보고싶어, 라거나
지금은 네게 하고싶지 않은 말들이나
사실은 널 사랑하지 않았어,
좋아해줘서 고마워, 와 같은 고백들이 잔뜩 담긴 편지를 쓴다.
내 마음 속에는 편지가 많다.
전남친 말고 친구나, 가수나, 내가 좋아하는 사람, 엄마나 아빠와 같은
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내고픈 편지가 있다.
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런 말들을 보내곤 하는데, 그게 연말 연초. 딱 지금 이맘때다.
작년 이맘때 즈음 하고싶던 말들을 잔뜩 담은 편지를 보냈었는데,
올해는 딱 한 분께만 보냈다.
이제 더 써야한다.
올해는 디지털이 아닌 손편지를 몇 장 써볼까 한다.
보내고픈 분들이 워낙 많아서 다 보내면 1월이 훌쩍 지날 것만 같다.
1월이 다 가고 2월, 3월이 되면
'해가 바뀌어서 연락했어,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아' 와 같은 명분이 사라져서 연락하기 조금 곤란해진다.
그래도 써서 보내주면 약간 놀랐지만 감동 받은 네가 궁금해져서, 나는 오늘도 보내지 못할 편지를 써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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