조잘조잘

나는 너를 사랑하는가?

sou_r.s 2024. 11. 12. 01:20

내가 뭘 잘하는 지, 뭘 좋아하는 지, 뭘 싫어하는 지 알 수 없었다. 나는 누구인가, 나는 살아가는가, 나는 그대를 좋아하는가?

 

 늘 나의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에는 의심이 생긴다.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. 내가 그대를 향한 마음이 과연 진실된 것인지, 이런 안일한 마음으로 그대를 사랑한다고 표해도 되는지 늘 헷갈려하며 섣불리 시작했다가 그대에게 상처가 될까 늘 걱정이 된다. 

 

 그렇게 겁에 질려 떠나 보낸 사람이 하나, 둘, 셋... 수도 없이 늘어날까 이제는 조금 두렵기도 하다. 

 

 이제는 괜찮아졌을까 살짝 들춰본 마음이 이미 식어버렸는데, 그대에게 내 마음을 강요할 수 없다. 

 

 좋아한다는 마음은 어떤 느낌인가? 사랑은 무슨 감정인가? 나는 그것들이 너무도 숭고하여, 감히 내 입에 담지 못한다고 칭하곤 한다. 내게는 너무도 과분한 감정들, 내게 오더라도 감사할 줄 모르는 감정들. 내 세계 속 이성간의 관계에서 사랑이란, 좋아함이란 그러한 감정들이다. 

 

 전혀 알 수 없는 그런 미지의 감정. 상대는 내게 어째서 그러한 감정이 드는가? 나는 훌륭한 사람이 아니다. 나는 그러한 숭고한 감정을 느끼게할 만한 사람도 아닐 뿐더러, 나는 예쁘지도, 매력이 넘치지도 않는다. 

 

 너는 왜 나를 좋아하는가? 매번 물을 때마다 "너니까 좋아해", "네 존재 자체가 좋아", "날 좋아해줘서 좋아"... 아마 그는 착각을 하고 있던 걸지도 모른다. 

 

 그의 환상을 깰 지, 지켜줄 지는 온연히 내 결정이다. 그러한 책임이 내게 돌아오는 게 싫다. 그래서 내게는 연애가 너무도 힘들다. 

 

 나는 네가 어째서 서운해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. 나는 네가 왜 내 일거수일투족을 알고파하는 지 납득이 안된다. 나는 네가 왜 날 그렇게 보고싶어 하는 지 알 수 없다. 

 

 그렇지만 네가 좋은 사람임은 내가 너무도 잘 알아서 섣불리 상처 입히고 싶지 않을 뿐이다. 너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어린 날들이 스쳐 지나간다. 그 마음이 거짓됨을 차츰 알게 될 때마다 너무도 힘들었다. 네가 슬퍼하지 않았으면 했다. 

 

 어쩌면 그 마음이 사랑일 지도 모른다. 네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, 너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, 너를 이해하지 못해도 같이 있고싶던 그 마음. 너와 내 사랑의 형태가 조금 달랐을 뿐이었는 지도 모른다. 그저, 내 사랑이 연인의 사랑이 아니었던 것이리라. 

 

 내 안일한 행동들에게 상처를 입었던 어린 그대야, 내가 많이 미안하고, 사랑했고, 고마웠다고 전해주고프다. 네 존재는 창 밖에 늘 있는 맑은 날씨였으며, 네가 내게 하던 모든 말들은 종교와도 같았고, 네 목소리는 내 귀에 포르르 앉은 새의 지저귐과도 같았다. 

 

 사랑했다 그대야. 내 모든 날을 바쳐서 널 사랑했고, 아직도 널 사랑한다. 이제야 깨달은 바보같은 나를 용서해주길 바란다. 네게 이 글이 닿을 리 없겠지만, 그럼에도 사랑했다고 쓰고싶다. 

 

 그대야, 내 모든 처음은 그대였다.

 내 모든 처음을 너에게 줬고, 내 모든 시작은 너였다. 아마도 좋아함을 알게 된 것도 너였으리라. 

 

 나는 아직도 너를 그린다. 그대는 나를 아직 그리는가? 아마도 아닐테지. 그대 역시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고 들었다. 그렇지만, 그럼에도 나는 너를 사랑한다 그대야. 그대 내게 연락한다면, 나는 기꺼이 그대를 다시 그리리다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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