조잘조잘

나보다 대단한 당신들에게

sou_r.s 2025. 4. 11. 11:31

오늘 문고리가 고장나서 우리 방이 아닌 다른 빈 방에서 잤어요. 처음으로 기숙사에서 바깥이 보이는 방에 왔는데 색다르네요. 원래 우리 방은 블라인드 다 내리고 살아서 이렇게 밤의 거리를 볼 일이 없었는데, 새벽에 간간히 다니는 자동차들이 보이니까 신기해요. 세상엔 부지런한 사람들이 참 많구나 싶긴 하다만, 나처럼 한심한 사람도 있겠죠?

 

원래 저는 자기혐오가 심해요. 예전에 한 번 비슷한 글 쓴 적 있지 않나? 내일 눈을 뜨면 어쩌고 ㅋㅋ 저는 원래 그런 생각을 자주 해요. 저를 아는 그 누구도 제 글 보기 전에는 이런 생각 하는 거 모를걸요? 이미지를 워낙 열심히 관리해서 ㅎㅎㅎ 그래서 평소에 다른 사람들이랑 있을 때 힘들어요. 하와와아방한선배후배학생친구이예흔은 제 일부기도 하지만, 약간의 관리가 포함된... 이미지입니다 ㅋㅋㅋㅋㅋ 

 

그렇지만 멍청한 건 사실입니다. 멍청하리만치 사람을 잘 믿어서 호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임. 왕따도 은따도 당해봤고, 에스크 테러나 카톡 협박도 받아봤어요. 지금은 한심한데, 예전에는 그렇게 무섭더라고요. 그 때는 마냥 다 내 잘못이고, 사과 안 한 내가 잘못한 거고, 내가 이렇게 고통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지금은 아무 생각 안들어요. (데여놓고 또 마음 퍼주겠다는 뜻)

 

제 주변에는 멋지게 사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.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시겠다만, 제 문제는 이게 제 사람들 뿐만 아니라 저를 싫어하는 사람한테도 적용한다는 거임. 저를 불편해하시는 제 전 룸메이트도 백엔드랑 디자인 병행하는 친구라서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요. 비꼬는 것처럼 들릴지라도 모두 사실입니다. 

 

저는 사람을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볼 수 있어요. 그래서 여러분 장점에 진심일 수 있음. 근데 단점은 제가 사람의 단점을 찾는 게 너무 껄끄러워요. 이게 하와와아방한이예흔으로 살아와서 그런 건지, 좋은 사람들만 너무 많이 만나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, 그렇더라고요? 저를 뒤에서 얘기하는 친구들한테도 미움받기 싫고, 그 친구들을 미워하고 싶지 않아요. 단점으로 선입견을 갖고싶지 않음. 우리 반에 와서 대놓고 나 저격하듯이 반이 떠나가라 "그걸 왜 꼰지르냐-!!" 였나? 그렇게 소리친 친구에게도 악감정을 갖는 게 너무 힘들고, 그 친구를 싫어하는 마음을 가진 제가 더 싫어요. 미움받을 짓을 안 했어야 했는데 라면서 자책함. 

 

진짜 모르겠어요. 평생의 고민임. 제가 남을 싫어하는 행위가 역겨워요. 왜냐고 물으면 아무래도 사랑받고 싶으니까... 저는 사회적 인정이 좋아요. 선생님들이 그저 그런 학생으로 바라봐주지 않고 더 멋진 학생으로 기억했으면 좋겠어서 열심히 좋아하는 선생님 옆에서 말 걸고, 일 도와드리고 그러는 편. 선배들한테도 비슷했던 것 같아요. 선배들 이름도 다 외우고 선배가 말 걸면 그대로 친구들한테 있다가 선배한테 붙고... 중증이었네요. 친구가 거의 없어진 건 이때부터였을 지도... 내가 걷어찼나 봐! ㅋㅋ

 

사랑받는 것에 신경을 안쓰는 사람이 가끔 있더라고요? 저는 그 사람들이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. 남들을 뒤에서 쉽게 까고, 그것에 대해 무던한 사람들이 부러워요. 그런 감정은 모르는 게 좋다고들 하는데, 저는 무뎌진 게 더 대단하다고 느껴져요. 절대 꼽 주는 게 아닌데 뭔가 꼽주는 것처럼 느껴질까봐 조심스럽네요.

 

아. 아무것도 모르겠어요. 사실 초반부를 쓰고 덮어둔 지 시간이 조금 흘렀는데, 여전히 외로움도 많이 타고 우울해지기도 쉽게 우울해져요. 마법의 날이 찾아와서인지, 아니면 원래 내가 이런 사람인 지 아직도 모르겠네요. 내가 사랑이 필요한 사람일까요? 그런 거라면 나는 얼마나 사랑을 받아야 만족할까요? 평생 반려동물처럼 아프면 걱정해주고 아무것도 안해도 사랑해줄 사람이 필요한 걸지도 몰라요. 

 

묵은 글들을 다 돌아보고, 지쳐서 마무리 짓지 못한 이야기들을 마무리하고 있어요.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우울하네요. 사랑 받고 싶다고 생각하니까 더 외로워졌나봐요. 한 번 우울한 날에는 한동안 우울감에 가만히 잠겨 있는 걸 좋아해요. 차분한 텐션을 유지하는 건 체력 유지에도 괜찮은 행동이에요. 그래서 그런가 저는 조용한 곳을 좋아해요. 내 맛대로 꾸며내어 우울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 우울해질 수 있고, 신나고 싶을 때는 언제든 신날 수 있는 제 방을 제일 좋아해요. 대부분은 저말고 안 들어오거든요. 그 공간에 다른 사람을 부르고싶지 않아요. 나만을 위한 공간. 딱 그렇게만 남겨두고 싶어요. 

 

아, 잠시 이야기가 샜네요. 하고싶은 말은 저는 당신들을 사랑해요. 당신들은 나보다 더 멋지고, 예쁘고, 아름답잖아요. 훨씬 빛나고, 좋아하는 것도 뚜렷하고, 감정에 솔직한 그대들이 좋아요. 그래서 저는 그대들에게 사랑받고 싶어요. 

 

그냥, 말해두고 싶어서 남겨둬요. 

사랑해요.